요즘 이더리움 관련 기사를 보면 같은 날 정반대 제목이 나온다. "기관 자금 몰려온다, 이더리움 상승 임박"이라는 기사 바로 옆에 "이더리움 구조적 결함, $1,700 간다"는 분석이 붙어 있다. 처음엔 어느 쪽이 틀린 건가 싶었는데, 둘 다 근거가 있다. 그게 지금 ETH를 더 어렵게 만드는 이유다. 직접 정리해봤다.
L2가 이더리움을 키우는 건지, 갉아먹는 건지

이더리움 레이어2(L2)는 원래 네트워크 혼잡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이다. 트랜잭션을 L2에서 처리하고 그 결과만 L1에 기록하는 방식. 속도가 빠르고 수수료가 저렴해서 사용자 입장에선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투자자 입장은 좀 다르다. 기존엔 네트워크를 많이 쓸수록 이더리움 가스비가 올라가고, 그 수수료 일부가 소각돼서 ETH 공급이 줄었다. 공급이 줄면 가격 상방 압력이 생기는 구조였다. L2가 확산되면서 이 연결고리가 약해지고 있다. 실제로 Base(Coinbase의 L2) 하나만으로 ETH 시가총액이 약 500억 달러 감소했다는 추정이 나왔다. 수수료가 L1 소각이 아니라 L2 운영자 주머니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지금 ETH 30일 수수료 수입은 약 1,030만 달러. Tron, Solana보다도 낮다. 사용량은 늘고 있는데 수익은 오히려 빠지는 역설이다.
L2 확장이 이더리움 생태계를 키우는 건 맞다. 그런데 그 성과가 ETH 토큰 가격으로 귀착되는 경로는 예전보다 훨씬 좁아졌다.
기관이 들어온다는데, 가격은 왜 이 모양인가 — 이더리움 ETF 스테이킹 흐름

BlackRock이 ETHB를 런칭했다. Grayscale과 Bitmine이 48시간 만에 5억 달러어치 ETH를 스테이킹했다. 스테이킹 ETF 운용 자산이 40%를 넘었다. 이 정도면 강세 시그널 아닌가.
근데 ETH 가격은 고점 대비 -55%다.
이유가 있다. ETF 유입이 반드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2025년 10월에는 1주일 만에 10억 달러 유출이 일어났다. 기관 자금은 매크로 환경에 민감하다. 금리, 달러 강세, 리스크오프 분위기가 오면 ETH를 팔고 나간다. 스테이킹으로 잠긴 ETH가 유동 공급을 줄이는 건 맞지만, 대규모 유출이 터지면 그 효과는 며칠 안에 상쇄된다.
스테이킹 잠금 비율은 지금 전체 공급의 약 31%(3,725만 ETH)로 역대 최고다. 이건 진짜 유의미한 숫자다. 공급 압축이 가격 하방을 지지하는 실질 메커니즘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나 기관 자금이 "이더리움을 믿어서" 들어오는 건지,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들어오는 건지는 구분해야 한다. 전자라면 장기 보유, 후자라면 매크로 악화 시 이탈이다. 지금은 후자 비중이 더 커 보인다.
솔라나가 이더리움을 이기고 있나 — DeFi 생태계 점유율 비교

이더리움 TVL(탈중앙화 금융 예치금)은 1,000억 달러 이상. 솔라나는 87억 달러. 절대 수치로 보면 비교가 안 된다.
그런데 일일 트랜잭션 수는 솔라나가 6,200만 건, 이더리움이 120만 건. 50배 차이다. 거래량 기준으론 솔라나가 이미 앞서 있다.
그리고 솔라나 ETF에도 기관 자금이 19일 연속으로 흘러들었다(4억 7,600만 달러). 소매 투자자에다 기관까지 솔라나로 향하는 흐름이 생겼다.
물론 대형 DeFi 프로토콜, 스테이블코인 발행량(글로벌 52%), 개발자 생태계 규모에서 이더리움은 아직 압도적이다. 솔라나 DeFi가 기관 자금을 흡수하려면 스마트컨트랙트 재감사, 법적 정비에 몇 년은 더 걸린다.
하지만 "이더리움이 DeFi 1위니까 안전하다"는 논리만으론 부족해지고 있다. 속도와 비용에서 솔라나가 소매 사용자 경험을 장악하기 시작했고, 그 흐름이 장기적으로 TVL 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업그레이드가 호재라는데, 왜 소각이 줄어드나 — Fusaka PeerDAS 딜레마

Fusaka 업그레이드(PeerDAS 포함)는 이미 배포가 완료됐다. L2가 이더리움에 데이터를 올릴 때 드는 비용(blob 수수료)을 대폭 낮추는 기술이다. L2 입장에선 비용이 내려가고, 사용자 입장에선 수수료가 더 저렴해진다.
그런데 여기서 역설이 생긴다. L2 데이터 비용이 낮아지면 → L1 소각되는 ETH가 줄어든다 → ETH 공급 압축이 약해진다.
네트워크 기술은 좋아지는데, ETH 토큰 가치 포착은 오히려 희석되는 구조다. 업그레이드 자체가 "ETH 가격엔 단기 악재, 생태계엔 장기 호재"인 이중성을 가진다.
이걸 해결하려면 EIP(이더리움 개선안) 수준에서 L2 수수료 일부를 L1 소각에 귀착시키는 메커니즘 변경이 필요하다. 지금은 그런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시행 일정은 불확실하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지금 ETH를 "싸게 떨어졌으니 줍자"는 식으로 접근하면 위험하다. 고점 대비 -55%가 저점이라는 보장이 없고,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술적 반등은 언제든 다시 꺾일 수 있다.
그렇다고 완전히 손 놓고 있을 이유도 없다.
지금 ETH에 접근한다면 기준을 두 개로 나눠서 보는 게 맞다.
첫 번째는 매크로 환경이다. ETH는 여전히 리스크 자산이다. 달러 강세, 금리 동결 장기화 국면에서 기관은 ETH를 팔고 나간다. 반대로 금리 인하 기대가 살아나고 리스크온 분위기가 오면 기관 ETF 유입이 다시 붙는다. 매크로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ETH만 보고 들어가면 타이밍을 크게 틀릴 수 있다.
두 번째는 주간 스테이킹 잠금량과 ETF 유출입이다. 이게 지금 사이클에서 ETH 가격 하방을 지키는 실질 메커니즘이다. 온체인 활성 주소가 늘었다는 뉴스보다 이 숫자가 훨씬 더 직접적인 신호다. 스테이킹 잠금이 늘고 ETF 유입이 붙는 주가 이어지면 분할 매수를 고려할 수 있고, 반대로 ETF 유출이 연속으로 나오면 관망이 맞다.
비중 측면에서는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가져가되, ETH 단독으로 크게 베팅하는 건 지금 구조에서 맞지 않는다. L2 가치 누수 문제가 해결되는 시점 — EIP를 통해 L2 수수료 일부가 L1 소각으로 귀착되는 메커니즘이 실제로 적용될 때 — 그때가 본격적으로 비중을 늘릴 타이밍이다. 그 전까지는 생태계 기반을 인정하되, 가격 모멘텀보다 구조 변화를 먼저 확인하는 순서가 맞다.
결국 지금 ETH는 "믿고 사는" 자산이 아니라 "조건을 보고 사는" 자산이 됐다. 그 조건이 갖춰지는지 주간 단위로 체크하는 게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다.
투자 고지: 이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