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버리가 팔란티어에 숏포지션을 잡았다는 소식이 나왔을 때, 주변 반응이 두 갈래로 갈렸다. "역시 거품이었어"와 "버리가 틀린 적도 있잖아". 나도 그때 팔란티어를 다시 한번 뜯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버리의 우려가 틀린 건 아닌데 그게 전부도 아니다.
강세론과 약세론, 뭐가 다른가
팔란티어를 두고 양쪽이 싸우는 지점을 보면, 사실 같은 숫자를 놓고 다른 해석을 하는 경우가 많다.
강세론 측은 이렇게 말한다. 미국 상업 매출이 전년 대비 133% 성장했고, 정부 매출도 84% 올랐다. GAAP 기준 영업이익률이 41%인데, 이 수준의 성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달성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은 거의 없다. Rule of 40은 145%를 넘겼고, 자유현금흐름 마진도 유례없이 높다. 10조 달러짜리 미 국방 예산에 팔란티어가 깊숙이 박혀 있고, $100억 규모 육군 계약도 나왔다.
약세론 측은 바로 그 숫자를 받아치며 말한다. 포워드 P/E가 92배, P/S는 80배다. NVIDIA나 마이크로소프트 대비 34배 프리미엄이다. 이 주가에는 이미 510년치 완벽한 실행이 녹아 있다. 실적이 조금이라도 기대에 못 미치면 펀더멘털 변화 없이 30~50% 하락도 가능하다.
둘 다 데이터 기반이라 어느 쪽이 맞다고 쉽게 말하기 어렵다.
온톨로지 해자, 진짜 방어막인가 — AI 경쟁 위협 대응 전략
팔란티어 투자 논리의 핵심은 결국 온톨로지(Ontology)다. 이게 뭔지 잠깐 설명하면, 기업의 데이터를 구조화해서 의사결정에 쓸 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조직 디지털 트윈'이다. 엑셀 파일을 연결하는 수준이 아니라, 회사의 업무 흐름 자체를 AI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이게 한번 구축되면 갈아엎기 쉽지 않다. 수년간 축적된 업무 데이터와 의사결정 패턴이 온톨로지에 녹아들면, 거기서 벗어나는 비용이 도입 비용보다 훨씬 커진다.
문제는 OpenAI가 'DeployCo'라는 이름으로 유사한 FDE(Federated Data Environment) 전략을 들고 나왔다는 거다. LLM 추론 비용은 빠르게 내려가고 있고, 그게 진입장벽을 낮춘다. 정부 기밀 환경은 FedRAMP High 인증이 없으면 못 들어오니까 단기적으론 안전하다. 하지만 상업 시장에서는 지금 이 순간도 경쟁이 진행 중이다.
해자가 있다는 건 맞다. 다만 그 해자가 얼마나 깊은지는, NRR(순매출유지율)과 상업 고객당 계약가치(ACV) 추이를 보면서 판단해야 한다. 이 숫자가 꺾이기 시작하면 복제 위협이 현실화되는 신호다.
정부 계약은 진짜 안전자산인가 — 미 국방부 AI 계약 분석
팔란티어가 다른 AI 기업과 다른 결정적 차이 하나는, 정부 계약 비중이 크다는 거다. Q1 기준 미 정부 매출은 $687M으로 전년 대비 84% 성장했다. $100억 규모 육군 계약도 있고, 트럼프의 공개 지지도 있다.
그런데 약세론 측이 짚는 부분이 있다. 정부 계약에는 '편의적 해지(termination for convenience)' 조항이 있다. 정부가 필요 없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계약을 끊을 수 있는 구조다. 그래서 Remaining Performance Obligation(RPO) 수치의 예측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국방 AI에 대한 지지는 초당적이다. 트럼프 정부든 다음 정권이든, 미군이 AI 전력화를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 리스크는 예산 삭감보다는 경쟁 플랫폼의 FedRAMP High 인증 취득 여부다. 지금 그게 뚫리지 않는 한, 정부 사업 해자는 유지된다고 본다.
밸류에이션,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 고PER 성장주 투자 기준
가장 논쟁적인 부분이 여기다. P/E 92배, P/S 80배. 숫자만 보면 과도하다.
그런데 이 주가가 과도한지 아닌지는, 단순히 현재 배수로 판단하면 틀린다. 핵심은 이 배수에 내재된 기대치가 현실과 얼마나 빨리 좁혀지느냐다.
Q1 2026 실적에서 전년 대비 85% 성장을 발표했는데도 주가가 8% 하락했다. 성장이 나빴던 게 아니라, 시장의 기대가 그보다 더 높았기 때문이다. 팔란티어는 이런 구조의 주식이다. 절대 실적이 좋아도 주가가 내려갈 수 있다. 기준은 '기대를 얼마나 초과했느냐'이지, '성장률 자체'가 아니다.
현재 P/E 92배는 향후 5년 평균 30% 이상 성장을 요구한다. 가능한 시나리오이긴 하다. 하지만 오차 허용치가 없다. 한 분기라도 가이던스가 컨센서스를 하회하면, 펀더멘털 변화 없이 30~50% 멀티플 압축이 발생한다.
걱정해야 할 것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리스크를 정리하면 이렇게 나뉜다.
진짜 걱정해야 할 것: 멀티플 압축 트리거, OpenAI DeployCo의 상업 고객 잠식, SBC(주식보상) 희석이다. 이 세 가지는 6~12개월 내에 데이터로 확인 가능하다.
걱정은 하되 과도하지 않아도 될 것: 트럼프 정치 리스크, 국제 사업 규제, AI 지출 전반적 둔화다. 현실적 영향은 있지만, 정부 계약이 완충재 역할을 한다.
걱정할 필요 거의 없는 것: "AI 거품 붕괴로 주가 $100"이라는 시나리오다. 팔란티어는 GAAP 흑자에 현금 $60억을 보유한 기업이다. 거품 기업과 같은 선에 두면 안 된다. Anthropic이 정부 기밀 환경에 단기에 침투한다는 시나리오도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이 주식, 어떻게 볼 것인가
팔란티어를 사야 한다거나 팔아야 한다거나 하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이 주식에 투자한다면, 분기 실적 전 시장 컨센서스와의 괴리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NRR과 상업 고객당 ACV 추이를 보면서 해자의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좋은 사업이라는 건 맞다. 그게 지금 주가에 얼마나 반영됐는지가 문제다. 그 간격이 얼마나 빨리 좁혀지는지, 아니면 더 벌어지는지를 보는 게 이 주식의 핵심이다.
강세론자도, 약세론자도 결국 같은 걸 보고 있다. 팔란티어가 스스로의 기대치를 따라잡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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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고지: 이 글은 투자 판단에 참고가 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투자의 최종 결정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며, 이 글의 내용이 특정 종목의 매수 또는 매도를 권유하는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