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근하고 집에 오는 길에 적금 이자 문자를 받았다. 연 3.5%. 세금 떼면 3%도 안 된다. 그런데 요즘 주변에서 이더리움 스테이킹 한다는 얘기가 자꾸 들린다. "그냥 묻어두면 이자처럼 ETH가 쌓인다"고. 예전엔 코인은 그냥 사고파는 거라 생각했는데, 이건 좀 다른 얘기 같았다. 그래서 한번 제대로 파봤다.
스테이킹이 뭔데, 왜 이자가 생기나
이더리움은 2022년에 채굴(마이닝) 방식을 버리고 지분증명(PoS, Proof of Stake)으로 갈아탔다. '더 머지(The Merge)'라고 불리는 이 전환이 스테이킹의 시작점이다.
채굴은 컴퓨터가 엄청난 전력을 써서 복잡한 수학 문제를 푸는 방식이었다. 반면 PoS는 ETH를 맡겨두는 것만으로 네트워크 검증에 참여할 수 있다. 은행으로 치면 담보를 맡기고 신뢰를 증명하는 것과 비슷하다. 검증자(Validator)가 되면 새로운 거래를 확인하고 블록을 생성하는 역할을 맡고, 그 대가로 보상을 받는다.
쉽게 말해, ETH를 네트워크에 예치해두면 "나 이 네트워크 믿어, 올바르게 검증할게"라는 보증이 되고, 그 보증 값으로 ETH를 더 받는 구조다.
32 ETH가 없어도 할 수 있다
직접 검증자 노드를 운영하려면 32 ETH가 필요하다. 지금 시세로 약 6,000만 원 수준이다. 누구나 접근하기는 어려운 금액이다.
그래서 생긴 게 리퀴드 스테이킹이다. 대표적으로 Lido 같은 프로토콜이 여러 사람의 ETH를 모아서 대신 검증자로 참여한다. Lido는 현재 시장에서 가장 큰 리퀴드 스테이킹 프로토콜로, 전체 스테이킹된 ETH의 약 30%를 점유하고 있다. ETH를 맡기면 stETH라는 토큰을 대신 받고, 이걸 또 DeFi에서 활용할 수도 있다.
거래소(업비트, 빗썸 등)에서도 스테이킹 상품을 제공하는데, 이쪽은 훨씬 간단하다. 버튼 몇 번이면 된다. 대신 자산 관리 권한을 거래소에 넘기는 구조라 '내 코인이 아닌 것 같은' 리스크는 있다.
2025년 펙트라 업그레이드, 뭐가 달라졌나
2025년 5월 7일, 이더리움은 '펙트라(Pectra)' 업그레이드를 완료했다. 이번 업그레이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스테이킹 한도가 기존 32 ETH에서 2048 ETH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예전에는 대규모 기관이 예를 들어 ETH 1만 개를 스테이킹하려면 검증자 노드를 312개나 따로 만들어야 했다. 지금은 5개로 줄었다. 이 운영 간소화가 기존에 관망하던 대형 자금을 끌어들이는 계기가 됐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가 있다. 2025년 5월 Pectra 업그레이드에 포함된 EIP-7002로, 스테이킹된 ETH의 소유권을 나타내는 출금키로도 출금을 직접 실행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이더리움도 완전한 비수탁형 스테이킹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쉽게 말하면, 예전에는 내 돈을 빼려면 관리업체 눈치를 봐야 했는데 이제는 내가 직접 뺄 수 있게 된 거다.
이더리움 재단도 팔지 않고 묻어둔다
이쯤 되면 "그래서 요즘 분위기는 어때?" 궁금해진다.
이더리움 재단이 보유 중인 ETH를 시장에 파는 대신 스테이킹을 통해 직접 이자 수익을 내는 방식으로 재무 전략을 수정했다. 재단은 지난 2주에 걸쳐 총 4만 7,050개의 ETH 스테이킹을 완료했으며, 목표치인 7만 개의 67%를 달성한 상황이다.
재단이 물량을 팔 때마다 "재단도 이더리움 미래를 어둡게 보는 거냐"는 말이 나왔었다. 그런데 이젠 팔지 않고 직접 스테이킹에 참여하겠다고 한 거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물량이 줄어드는 신호이기도 하다.
기관들도 들어오고 있다. 블랙록이 운용하는 ETH 스테이킹 ETF인 iShares Staked Ethereum Trust(ETHB)가 출시된지 일주일 만에 규모가 2억 5,000만 달러를 돌파했다. 블랙록이 들어왔다는 건 제도권이 이 시장을 본격적으로 인정했다는 얘기다.
리스크를 모르면 안 된다
좋은 얘기만 하면 안 된다. 몇 가지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첫째, APR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 스테이킹 보상률(APR)은 2%대 후반(약 2.8%) 수준까지 하락했다. 과거 5%를 웃돌던 초기 국면과 비교하면 낮아진 수치로, 스테이킹 참여자 증가에 따른 보상률 조정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파이 나눠먹기가 돼서 보상은 희석된다.
둘째, 리퀴드 스테이킹은 스마트 계약 버그 리스크가 있다. Lido처럼 코드로 운영되는 플랫폼은 해킹이나 취약점이 발견되면 피해가 생길 수 있다.
셋째, 검증자가 잘못된 행동을 하면 스테이킹한 ETH가 '슬래싱(Slashing)', 즉 강제로 차감되는 패널티를 받는다. 직접 노드를 운영한다면 유지보수를 게을리하면 안 되는 이유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할 건가
솔직히 32 ETH를 모아서 직접 노드를 돌릴 생각은 없다. 그건 기술적으로도 자금적으로도 당장은 아닌 것 같다.
당장 해볼 수 있는 건 거래소 스테이킹이나 Lido 같은 리퀴드 스테이킹 프로토콜을 소액으로 경험해보는 거다. 원리를 알고 쓰는 것과 모르고 쓰는 건 다르다. 적금을 드는 것도 처음엔 낯설었던 것처럼.
현재 전체 ETH 공급량의 약 29%가 스테이킹되어 있으며, 기관부터 개인까지 점점 더 많은 자금이 흘러들어가고 있다. 이더리움 스테이킹이 그냥 코인 투기와 다른 결을 갖기 시작했다.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데 실제로 참여하는 행위이기도 하니까.
금융이 바뀌고 있다는 말을 추상적으로만 들어왔는데, 스테이킹을 들여다보니 그 변화가 생각보다 구체적이었다. 같은 고민 중인 분들이라면 일단 구조부터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보길 권한다.